출처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793393
글 : 사과(링고)님
역자 : 지며리
※사랑받는 카라마츠(?)
※카라마츠 사변 네타
※모브(카라마츠 친구) 출현이 잦음
OK?→
시초는 당돌했다.
“아, 왔구나 카라마츠. 내일 바다에 갈거야!”
“뭐?”
몇 시간 동안, 다시 카라마츠 걸을 찾기 위해서 외출했던 카라마츠를 마중 나간 오소마츠의 한마디로 카라마츠의 머릿속의 하테나 아레니콜라(2006년에 기술 된 단세포 진핵생물의 일종 – 역자)들이 날뛰었다. [갈거야]라고 말한 의미는 이미 말이 끝난 상황이리라, 카라마츠는 어쨌든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도 시간이란 시간은 남아도는 니트인데다, 스케줄 따윈 없을 터다. 한껏 들떠있는 오소마츠는, 거실에 있는 동생들과 바다에서 뭘 할까하는 주제로 이야기 흐름을 주도했다.
“바다”
카라마츠는 흐릿한 기억 속에서, 따끔거리는 목에 손을 감았다.
“야! 하찮은 동생새끼들아, 아침이라고 일어나!!”
“좋은 아침 4, 6, 3에 겟츄!! 아침임다! 바다에 갑시다 머슬머슬! 허슬허슬!!”
아침 7시.
평소 같았으면, 아직 꿈을 꾸고있을 터인 시간이었다. 오소마츠와 쥬시마츠의 우렁찬 목소리로 눈을 뜬 형제들이 방에서 나서고, 카라마츠는 눈을 감고있는 채로 잠자코 듣고있었다.
“일어나지 않고 계속 자고있으면, 놓고 갈 거니까 말야”
우리 마츠노 집안은 비록 여행이더라도, 늦잠을 자는 녀석은 놓고 가 버린다. 그래서 형제들은, 무슨 나갈 일이 있는 날에는 니트로써 있을 수 없는 분주함으로 여행 준비를 한다. 카라마츠는 그것을 이용해서 집에 남겨질 작전을 세웠다. 형제피라미드의 최하위층에 위치한 카라마츠다, 그가 일어나지 않은 걸 신경 쓰는 형제는 없으리라.
‘조금 외롭지만 어쩔 수 없지...’
‘나도 깜짝 놀랐다고, 이렇게나, 내가 바다를 무서워 했구나하고.’
조금 전에 친구와 주고받은 대화가 떠올랐다.
“카라쨩은 말야, ‘완장(견고하고 단단함)’이라는 말을 과신하고 있는거야. 완장이라고 말해도 한계가 있는 법이고, 괜찮다고 생각해도 상처받는 일도 있잖아.”
“그런가? 그래도, 나는 완강한 것만이 내 장점이니까. 괜찮다고?”
“몸만 그렇지, 있잖아. 그래도, 마음도 똑같이 완강하다는 건 아니잖아”
“?”
“저번에 같이 드라마 봤을 때, 내가 ‘괜찮아?’라고 물었던 거 기억나?”
“? 아아. 무슨 장면이었지?”
“바닷가에서, 주인공들이 수평선 너머로 지는 석양을 보고있던 장면. 그때의 카라쨩 얼굴이, 말도 안 나왔지.”
“에?”
“라고나 할까, 파도소리가 나올 때, 네가 움찔했었어. 바다가 비치고, 석양, 그것을 바라보는 주인공들의 등이 나오는 장면이 바뀌었을 때, 카라쨩 네 얼굴색이 나빠져 있었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어. 몰랐어?”
“에? 엣?”
“카라쨩이 생각보다, 카라쨩의 마음은 [그 일]을 아직까지도 품고 있는 거 아니야?”
“...!! 그렇지, 않아...”
“카라쨩, 마음에 생긴 상처는 쉽게 나아지지 않는거야.”
“...마음의 상처?”
“마음의 상처는 끈질기니까. 잊어버린 장본인이 생각해도, 우연찮게 돌아오기 마련이야. 그래서, 계속 좀먹는 거지. 아주 천천히, 확실히 네 마음을 좀먹고 있는 걸 거야.”
“!?”
“낫겠지?.... 완전하게 나아지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자각하고 맞서야 한다고 생각해”
“어째서...”
“자각하고 대면하지 않으면... 카라쨩은 형제들을 싫어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 (형제들에게)사랑받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니까.”
“...시, 싫어!”
“그러니까, 먼저 자각하라고. 무엇을 무서워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무엇을... 무서워하는지... 나는... 무엇에...”
“아앗! 떠올릴려고 하면 안돼. 무리하게 알아낼 필요는 없으니까, 느긋하고, 길게.”
“...느긋하게...”
“맞아, 느긋하게. 자각하면 무리하게 좋아할 려고 노력하지 마‘정말로 나는, 이걸 무서워 하는건가?’하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거야”
“그렇게 가볍게 생각해도 되는 거야?”
“카라쨩은 너무 어렵게 생각하니까. 이 정도가 딱 좋아.”
바다에 가면 들켜버리니까, 카라마츠는 흐린 기억들과 맞서고 있다. 숨쉬기도 힘들고, 두통이 난다. 형제들과 한 대화가 기억나지 않는다. 저녁밥을 잘 먹었는지도, 목욕탕에 갔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잘 수도 없어서, 결국에는 한숨도 자지 못한 채로 아침이 오고야 말았다.
들키지 않도록 계속 자는 척을 하면서, 카라마츠는 형제들의 상황을 살폈다. 계획대로, 카라마츠를 신경 쓸 여유도 없이, 각자 여행준비를 하느라 바쁜 듯 했다. 부랴부랴 방에서 나가는 발소리가 난다. 그럭저럭 이 작전이 잘 먹힌 듯 했다. 밖에서 차에 시동 거는 엔진소리가 나는걸 보아하니 슬슬 출발 할 려는 듯 했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까지 확인하고, 카라마츠는 안심하며 눈을 떴다.
“좋은 아침~ 카라마츠. 지각이라고?”
“...뭐?”
“뭐? 가 아니잖아. 바다에 가자고, 바다!”
“어, 어째서...”
“자, 빨리 일어나서 옷 갈아입으라고! 안 그럼 놓고 가 버린다!”
예상 못 했다. 어째서? 왜? 라고 없는 머리로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아마 운전자인)오소마츠는 차를 준비해 두겠다고 말하고, 가장 먼저 방에서 나갔을 터다. 그럴 터인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라고나 할까, 어째서 기다린거야. 그게 가장 이해가 안 된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놓고 갈 놈들이... 일어나지 않은 놈이 나쁜 새끼라고 언제나처럼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진짜 왜?
계속 생각하면서 오소마츠에게 재촉 받은 카라마는 정신없이 옷을 갈아입었다. 그 사이에 현관 쪽에서도 막내의 재촉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옷을 다 갈아입자 오소마츠는 카라마츠 손을 잡아끌고서 현관으로 향했다. 점점 영문을 모르게 된 카라마츠의 머리는, 이미 구멍이 나서 너덜거릴 지경이었다.
“정말~! 늦었잖아~ 오소마츠형! 어라? 카라마츠형 일어났어?”
“엣, 아, 그게...”
“맞아~ 깜빡하고 안 가져온 걸 가지러 방에 들어왔는데 일어나 있더라구~ 앗싸! 카라마츠가 따라오면 바다에서 실컷 마시고 돌아올 때 카라마츠한테 운전 시켜야징~”
“엣”
“오소마츠형 운전하는 인간이 늦었잖아! 카라마츠도 타라고. 안 그러면 출발하지 못 하니깐”
“칫, 쿠소마츠 일어났냐...”
“카라마츠형! 갑시다머슬!!”
쥬시마츠에게 이끌려 태워진 카라마츠를 확인하고 바로 바다로 향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바다아아아아아아아!!!!!”
“바다 왔다아아아아아아아!!!!”
“잠깐! 오소마츠형 쥬시마츠형 기다려!!”
“야! 장남새꺄! 쥬시마츠! 토도마츠! 자기 짐은 알아서 챙겨가라고! 이치마츠는 기분 안 좋으면 빨리 화장실 갔다오고!!”
바다에 오자마자 달아난 3명에겐 쵸로마츠의 잔소리는 닿지않았고, 오소마츠의 거친 운전에 멀미했던 이치마츠를 화장실로 부축해주었다. 목적지였던 해수욕장은, 아직 열지않아서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미간을 지그시 눌렀다.
눈앞의 바다, 파도 소리가 흐린 기억을 거듭해서 일그러트린다. 어제보다 두통도 심해지고 어지러웠다.
“카라마츠, 괜찮아?”
“...아, 아아. 조금, 피곤해서 어지러울 뿐이다.”
“...그래? 괜찮으면 짐 좀 맡길게. 나는 먼저가서 돗자리 깔아놓을 테니까. 이참에 차문 단속도 부탁할게”
쵸로마츠의 목소리에 급하게 머리를 들자 의아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쵸로마츠의 눈과 마주쳤다. 흐린 기억을 어떻게든 얼버무리고 대답할려고, 쵸로마츠는 먼저 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해변으로 향했다.
의심을 받아서는 안 된다. 모두 바다에서 즐기고 있는 듯 했다. 나도 어울릴 수 있었다면... 짐 들을 챙기고 카라마츠도 해변으로 향했다.
그러나,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해변에 가까워 질 수 록 무거워지는 발. 발이 생각보다 잘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가고싶지 않아’라고 호소하듯이. 모래사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길게만 느껴졌다.
도로 돌아갈까, 그렇게 생각했을 때 카라마츠 등을 누군가가 때렸다.
“쿠소마츠, 거추장스러우니까 빨리 내려가”
화장실에서 돌아온 이치마츠가 카라마츠의 등을 때린 것이었다. 멍하니 있던 카라마츠에게 이치마츠는 혀를 차다 (카라마츠를)뒤로 하고 돗자리를 다 깔은 쵸로마츠에게 걸어갔다.
‘난, 괜찮다. 괜찮아’
카라마츠는 자신을 속이면서, 무거워진 발을 억지로 떼어내 돗자리로 향했다.
“카라마츠, 안색이 진짜 안 좋은데... 정말 괜찮은거야?”
“아아, 괜찮아. 짐은 나한테 맡기고, 쵸로마츠도 갔다오는게 어때?”
“뭐? 괜찮아?...그럼 알겠어. 짐 부탁할게”
이치마츠는 이미 가버린 듯했고. 돗자리에서 짐을 지키고 있었던 쵸로마츠도 모두에게 보냈다. 잠자코 짐을 지키고 있었지만, 역시 놀고 싶었으리라. 카라마츠의 제안에 바로 수긍하고, 쵸로마츠는 물가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형제들 쪽으로 걸어갔다. 카라마츠는 무릎을 세워 고쳐앉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검고 흐릿하게 보이는 바다에서 도망치듯이 무릎에 얼굴을 묻고 웅크렸다. 파도소리가 들릴 때마다 떨리는 어깨를 끌어안고, 흐린 기억을 떨쳐보려 눈을감았다.
*****
늦게 온 쵸로마츠를 놀리면서,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웅크린 마라마츠를 본 오소마츠는, 동생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혀를 끌끌 찼다.
‘자세를 보아하니, 이곳에 올 생각도 전혀 없구만’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이변(예상치 못하거나 괴의한 변고)을 느낀 것은, 이른바 카라마츠 사변이라고 불리는 유괴사건이 일어난 후부터 반년가량 지났을 무렵이었다. 카라마츠가 갑자기 무섭게 느껴지는 듯 했다. 그것은 텔레비전에서 바다특집 방송을 했을 때, 토도마츠가 자고있을 때 듣는 파도소리를 흘렸을 때, 카라마츠는 “바다”에 관련된 모든 것들에 반응하고, 심호흡을 했다.
처음에는 아직도 삐져있는 건가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달랐다.
그것은 바다를 무서워하고 있는 것이었다.
당사자에게 물을 만한건 아니다. 것보다 본인조차 모르는 건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하고, 오소마츠는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무게”에 뭉개질 듯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장난치고는 심했고, 내가 당했다면 분명히 화를 내고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용서했다.
‘밤늦게까지 소란을 피운 내가 나쁜 거야, 치비타는 나쁘지 않아. 그러니까 치비타를 뭐라하지 말아 줘’ 라고 말했다. 그때는 역시 카라마츠구나~ 라고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화내는 방향을 개선해주길 원해, 그러니까 화를 내지 않는 편이 더 위험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쪽이 좋은거야. 화를 내지 않는다는 건, 이제 단념하고 돌아선 것이리라.’
언젠가, 누군가가 말한 문구가 머리를 스친다. 카라마츠가 진짜로 용서를 한 건가? 아니면, 우리들에게 등을 돌려버린 건... 카라마츠에서 받아 온 애정을 몰랐다는 건 아니다. 언제나 카라마츠는 엄청 형제들을 사랑하고 있다. 그 사실을 모두가 알고있고, 겉으로 들어내지 않을 뿐이지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쥬시마츠와 토도마츠에게 이르러서는 ‘오늘은 카라마츠가 이런 일을 해주었다’ 뭐 이런 식으로 자랑하는 정도다. 낯 뜨겁다. 정면으로 눈을 똑바로 보면서 그동안 받아왔던 것들을,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게. 그래서 모른척하거나, 삐딱하게 받아내거나.
하지만 상대인 카라마츠. 좋지도 나쁘지도 그냥 순수하기만 한 이 남자는, 그러고 있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더더군다나, 그것을 나쁜 방향에서 받아 버려, 슬퍼하고, 자신들을 단념하고 있는 것이...
그 이래로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낌새를 지켜보면서, 능숙하게 함께 나가도록 했다. 집에 돌아 올 때도, 미심쩍게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거라곤 근처에서 땅따먹기 놀이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정도밖에 못 됐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고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원했다.
그리해서 깨달은 것은
・저번보다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대화에 어울리는 횟수가 줄고, 잠자코 듣기만 하는 일이 늘어났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의 연락이 잦다.
정도 였다. 위의 두 가지는 자신이 곁에 있거나, 툭하고 화제를 던져놓음으로써 어떻게든 알아낼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한 가지만 방도가 없었다.
일을 알아보기 위해선 필요할 거라고, 마츠요는 육둥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줬다. 그치만 쵸로마츠와 토도마츠 외에는 별로 필요 없어서 거의 애용하는 편은 아니었다. 사용한다고 해도 가끔씩 밖에 나간 놈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정도였다. 카라마츠는 보나마나 후자이기에, ‘휴대폰을 못 쓰는 챔피언’이라고 불리는 이상한 호칭을 토도마츠에게 받은 정도였다. 그 카라마츠가 전보다 휴대폰을 보는 횟수가 늘었다. 몇 번씩, 카라마츠가 깜빡하고 놓고 간 스마트 폰의 알림창을 본 적이 있었다.
모르는 이름... 설마 쥬시마츠처럼 인연이라도 생긴건가?
하지만 알림창에 쓰여있는 문장은, 어떻게 봐도 남자가 쓸 만한 문체였다. 화면을 안 본척하고 카라마츠에게 스마트폰을 건내주었다. 또 알람이 울리자 팝업창을 본 카라마츠는 달가운 듯이 표정을 지으며 상대방에게 답장을 적어냈다. 형제들에게도 막 보여주지 않은 본연의 미소를 지으면서 화면을 보고 있으니까, 그 자리에 있던 형제들도 의아했다. 누구야? 라고 물으면 “친구야”라고 대답했다.
친구라면 한번 소개해줘. 라고 물어도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형제들이 이 세계의 전부라고 장담했던 너는 어디로 가버린거야. 랄까 보기 좋은 미소네. 토도마츠가 무서운 얼굴로 널 보고 있는 건 눈치채지 못 했냐?
그 후로 오소마츠 외의 다른 형제들도, 카라마츠에게 얽히게 됐다. 모두, 그 때의 미소를 지어줬음 해서 노력하게 되었다. 정작 카라마츠는 항상 배려해주는 형제들이 기쁜 듯이, 항상 실실 웃었다.
누군가가 ‘바다에 가고싶어’라고 말했던 것도 그 때였다. 텔레비전에서 벌써 해수욕장이 개장됐다고 아나운서의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사람들이 많아서 복잡해질 테니까 그러면 개장하기 전에 갔다오자! 라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소마츠도
‘형제들 다 같이 간다면 카라마츠가 무서워하지 않을거야.’
그리 생각하고 카라마츠를 데려왔다.
하지만 여행 당일의 카라마츠는 자는 척을 했다. 다른 형제들은 그것을 신경 쓸 나위도 없었다. 차를 준비해 놓겠다고 말해 놓고 방을 나온 오소마츠는, 차안에서 벨트를 매고 머리를 박았다. 카라마츠의 소리 없는 의사표시, 가지 않겠다고 온 몸으로 호소하는 그 모습에 가벼운 현기증이 났다.
“자는 척을 할 정도로 가고싶지 않은 거냐고. 그렇게나 바다가 무서운 거냐고. 우리들이 같이 있는데도!”
이렇게 나온다면 오기로라도 데리고 간다. 준비를 마치고, 차에 탄 동생들 중에서[파랑색]이 없는 것을 확인한다고, 잊은 것(카라마츠)를 가지러 오겠다면서 도로 집으로 들어갔다. 생각대로, 자는 척하고 있던 카라마츠를 억지로 깨워서 준비시켰다. 그 당황한 낌새를 보니,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장남 깔보지 마라. 네 녀석의 속임수 따위는 옛날 옛적에 알아챘다고.
이렇게 절반은 억지로 데리고 나왔지만, 카라마츠는 완강하게 바다에 다가가지도 않았다. 오소마츠는 발밑을 봤다. 파도가 발밑의 모래를 휩쓸다가 바다로 돌려보냈다.
모래와 함께 카라마츠의 “소중한 무언가”가 함께 밀려나간 듯한 기분이 들어서...
“...왠지 더럽게 분하네! 아악 짜증나!!”
“뭐야!? 갑자기 뭐냐고!”
“난 담배 좀 빨고 온다.”
“에, 잠깐, 도무지 의미를 모르겠는데요!?”
“담배 빨고 온다고 했잖아!”
오소마츠는 소리를 지르고, 말을 걸어오는 동생들을 밀쳐내고 첨벙첨벙 소리를 내면서 해변에서 나왔다.
“......뭐야 저거”
“그딴 거 내가 알 필요 없잖아! 아까 걸로 옷도 젖었는데!”
“이치마츠형, 오소마츠형이 화났어!”
“아니 저건 그냥 화풀이야, 엄청 화내고 있지만”
“화풀임까! 뿌뿌임까!”
“맞아~ 뿌뿌 거리고 있어~”
대화를 하면서 동생들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기분이 팍 나빠졌어, 120% 귀찮다, 상관하지 마, 카라마츠한테 맡기자]
여태까지 기분상한 오소마츠를 진정시켜 줄 수 있는 건 차남인 카라마츠 뿐이었다. 동생들은 돗자리 위에 앉아있는 둘째 형에게 마음속으로 빌었다.
카라마츠가 숨죽여서 울고 있었다. 당황한 오소마츠가 급하게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어?...어?”
카라마츠는 자기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 듯 했다. 당황한 카라마츠가 급하게 눈가를 비빈다.
“야야 비비니까 더 빨게 지잖아”
“미안해...울어버려...서”
“미안하다...카라마츠”
“왜 사과하는 거야...윽 흐윽, 흑......”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한 카라마츠의 얼굴을 오소마츠는 슬며시 제 어깨에 얼굴을 묻어주었다.
“울어도 좋아. 지금까지 잘 참으면서 울지 않았잖아. 지금 여기에선 나랑 너밖에 없으니까 맘껏 울어버려”
“오, 소마츠... 나, 나는......”
“그래”
“바다가... 무서... 워......”
“그랬구나.”
“왠지... 끌고 가버릴 것 같아서... 그치만... 그치만......”
“장담하는데 절대로 널 끌고가지 않아. 내가, 우리가”
“하지만... 그래도”
“왜?”
“너희들까지 끌고 가버리는, 건... 더 싫어......”
“카라마츠답네~ 그래도 하지만 저 녀석들은 저 녀석들이고 중요한건 여섯 명 중 한명이라도 없어지는 건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 나도 그런 건 싫거든. 게다가 네가 없어진다면 누가 나랑 같이 형아 노릇을 할 수 있겠어. 내 옆에는 언제나 카라마츠가 있어줬음 좋겠는데 말이야~”
“오소마츠......”
“그러니까 앞으로도 나랑 같이 형아 해줄거지?”
“나로도, 괜찮은거야......?”
“너 정도가 딱 좋아”
그렇게 말하니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얼굴을 느슨하게 끌어안았다. 어깨가 젖은걸 알아채지 못한 척하며 눈앞에 있는 흑발을 쓰담아주었다. 쑥스럽다는 듯이 흔들리는 흑발. 그래도 싫은 기색은 없어보였다. 어께에 묻어놓았던 얼굴을 살짝 들어 보인 카라마츠의 얼굴이 미소 짓고 있었다. 평소에 곧 잘 지어보인 미소가 아닌 눈썹을 내리고 부드러운 미소였다. 형제들이 제일 좋아하는 미소. 오소마츠도 덩달아서 미소가 지어졌다.
“친구한테 들었어.”
“친구라니 최근에 자주 연락했던 애?”
“응, 오소마츠형이랑 똑같은 말을 이 녀석도 말했어.”
“똑같은 말이라니?”
“암만 완장하다더라도 한계가 있는 법이라면서 말이야. 마음은 몸보다 약하니까 몸이랑 다를 것 없는 것처럼 생각하다보면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사태까지 갈수 있다면서... 그렇다고 가만히 냅둬버리면 형제들한테 사랑받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말했어...”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옷에 거의 매달리듯이 붙잡았다. 옷을 붙잡은 손가락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것만은 피하고 싶어......”
“그럼 어떡하면 되는데?”
“무엇을 무서워하는지, 싫어하는 지를 자각하래”
“그것도(무엇을 무서워하는 가를 알아내는 것) 무섭지 않아?”
“응, 무서워. 그래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나는 이게 무서워~’정도로만 생각하라고 말했어.”
“왜?”
“‘넌 매사에 어렵게 생각하니까 이정도가 딱 좋아’라고 말했어.”
“푸핫! 그 친구라는 놈말야 너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는 있구나~”
“그, 그런가?”
“그래그래 진짜로 넌 일일이 어렵게 생각하니까. 시덥지 않는 대화도 심각하게 생각하니까 대화할 때마다 혼자 동떨어져 있기 마련이고. 좀 더 어깨에 힘빼고 가볍게 생각해도 좋을텐데. 뭐, 그걸 할 수 없는 게 ‘카라마츠’지만 말이야”
“그 녀석도 (너랑)똑같이 말했어.”
“진짜? 역시 완전 꿰뚫고 있구만~ 왠지 분한걸......”
“분하다고?”
“그래. 우리랑 맞먹을 정도로 너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으니까. 어쩌면 그녀석이 나보다 너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엄청 분할 것 같지 않아?”
“이상하게 그게 뭐냐”
카라마츠가 작게 콧방귀를 꼈다.
“바보야 나한텐 먹고사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혹시 그 새끼한테 카라마츠 널 뺏긴다면 어쩌나 하고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는데!”
“걱정이라니... 그 녀석에겐 나는 그냥 해결해줘야 하는 문제 같은 거라고! 아, 그러고 보니 ‘언제든지 문제가 생기면 우리집으로 와, 부양해줄게’라고 말한 적은 있었어.”
“뭐어!? 그래서 그 새끼집에 간적은 있어?”
“있는데? 지금도 가끔씩 놀러가기도 하고, 이참에 오소마츠도 갈래?”
“갈래! 반드시 갈거야! 인사라도 해야 하니까......”
“귀여운 개랑 고양이도 있다고... 오소마츠? 얼굴이 무서운데...?”
“...하아~ 너 정말로 긴장감 같은 건 전혀 없구나... 이 형님 심히 걱정 되는구나 아우야”
“???”
“아무것도 아니야, 넌 그냥 그대로 있는 편이 좋아.”
오소마츠는 그리 말하고 카라마츠의 머리를 거칠게 쓰담았다. 카라마츠가 아프다면서 소리쳤지만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성에 차오를 때까지 한참동안 쓰담았다.
“오소마츠혀엉! 카라마츠혀엉!”
쥬시마츠가 오소마츠와 카라마츠에게 있는 힘껏 덮쳤다. 두 사람은 그대로 버티지 못하고 돗자리 위로 쓰러졌다.
“아악! 쥬시마츠 갑자기 덮치지 말라고~ 깜짝 놀랐잖아”
오소마츠가 그렇게 말하면서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담아주었다. 쥬시마츠는 기쁘다는 듯이 눈을 반쯤 뜨면서 바라보았다. 카라마츠도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담으면서 쥬시마츠에게 물었다.
“쥬시마츠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음? 아! 나 배고파!”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바다의 집은 아직 문 열지 않았을 테니까... 뭔가 좀 먹으러 돌아갈까?”
“오오오오!! 갑시다!”
“좋았으, 야아! 너희들도 이제 나오라고! 밥 먹으러 가자!”
오소마츠가 목소리를 높이자 동생들도 즉각 대답하면서 오소마츠쪽으로 다가왔다.
카라마츠도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동생들의 뒤쪽으로 비치는 바다가 아까보다 이뻐보였다. 다시 다가가면 무서운 건 마찬가지지만 언젠가 다시 모두와 함께 들어갈 수 있기를.
“언제한번 다 같이 또 오고 싶어”
나지막히 중얼거린 카라마츠의 말은 파도소리에 따라 휩쓸어 가버릴 만큼 작았지만 형제들 귀에는 확실히 들린 듯 했다.
“나도! 나도 또 다 같이 오고싶슴다!”
“당연한 거 아니야? 어차피 우리는 항상 한가하니까~”
“히힛, 뭐, 그럴지도 모르지. 랄까 쿠소마츠, 이번에는 네가 운전하라고. 오소마츠형이 운전하면 이번에는 나 진짜로 토한다.”
동생들의 말 한마디마다 기분이 좋아서 카라마츠는 해맑게 웃어보였다.
카라마츠의 미소를 본 형제들은 얼굴을 마주보며 덩달아 웃었다.
토도마츠와 쥬시마츠가 카라마츠 팔에 매달렸다.
‘정말이지, 나의 형제들은 너무 사랑스러워서 탈이군.’
카라마츠는 이 순간의 행복을 가슴깊이 새겨 넣었다.
[에필로그]
“다행이다”
“음? 쵸로쨩 갑자기 뭐가 다행이라는 거야?”
“쵸로쨩은 말하지 마. 카라마츠가 바다에 도착하고 나서 계속 안색이 안 좋았는데, 도로 좋아져서 그런거지? 그때의 웃는 얼굴도 최근엔 잘 못 본 듯했는데 말이야.”
“의외로 잘 본 단말이야, 체리마츠 주제에”
“너희들도 동정이잖아! ...저기 이치마츠, 너 왜울어?”
“그야 쿠소마츠의 웃는 얼굴이... 고귀해서... 요즘엔 우울해했던 것 같았는데, 진짜 오랜만에 봤어... 하아... 진짜 보배스러워...”
“...아니, 그렇게 생각하면 평소에도 우리가 조금이라도 상냥하게 대해주자. 그러면 또 그때처럼 웃어주지 않겠어?”
“그건 무리야. 쿠소마츠의 미소가 일상화가 되면 나도 모르게 때릴지도 몰라.”
“진짜 이치마츠는 비뚤어질대로 비뚤어졌구나.”
“쥬시마츠랑 토도마츠도 요즘엔 쿠소마츠가 기운이 없었던 거 걱정했잖아.”
“쥬시마츠는 감이 좋으니까, 토도마츠도 카라마츠에 대해서 잘 지켜보고 있고.”
“...몬페(モンペ : 몬스터 부모의 준말)냐?”
[그래서?]
“...너희들 얼마나 카라마츠를 좋아하는 건데”
[오소마츠형한테는 말해주고 싶지 않아]
변변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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