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793393

글 : 사과(링고)님

역자 : 지며리

 

사랑받는 카라마츠(?)

카라마츠 사변 네타

모브(카라마츠 친구) 출현이 잦음

OK?→

 

 

 

 

시초는 당돌했다.

 

 

 

 

 

, 왔구나 카라마츠. 내일 바다에 갈거야!”

?”

 

 

몇 시간 동안, 다시 카라마츠 걸을 찾기 위해서 외출했던 카라마츠를 마중 나간 오소마츠의 한마디로 카라마츠의 머릿속의 하테나 아레니콜라(2006년에 기술 된 단세포 진핵생물의 일종 역자)들이 날뛰었다. [갈거야]라고 말한 의미는 이미 말이 끝난 상황이리라, 카라마츠는 어쨌든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도 시간이란 시간은 남아도는 니트인데다, 스케줄 따윈 없을 터다. 한껏 들떠있는 오소마츠는, 거실에 있는 동생들과 바다에서 뭘 할까하는 주제로 이야기 흐름을 주도했다.

 

 

바다

 

 

카라마츠는 흐릿한 기억 속에서, 따끔거리는 목에 손을 감았다.

 

 

! 하찮은 동생새끼들아, 아침이라고 일어나!!”

좋은 아침 4, 6, 3에 겟츄!! 아침임다! 바다에 갑시다 머슬머슬! 허슬허슬!!”

 

 

 

아침 7.

 

 

평소 같았으면, 아직 꿈을 꾸고있을 터인 시간이었다. 오소마츠와 쥬시마츠의 우렁찬 목소리로 눈을 뜬 형제들이 방에서 나서고, 카라마츠는 눈을 감고있는 채로 잠자코 듣고있었다.

 

 

일어나지 않고 계속 자고있으면, 놓고 갈 거니까 말야

 

 

우리 마츠노 집안은 비록 여행이더라도, 늦잠을 자는 녀석은 놓고 가 버린다. 그래서 형제들은, 무슨 나갈 일이 있는 날에는 니트로써 있을 수 없는 분주함으로 여행 준비를 한다. 카라마츠는 그것을 이용해서 집에 남겨질 작전을 세웠다. 형제피라미드의 최하위층에 위치한 카라마츠다, 그가 일어나지 않은 걸 신경 쓰는 형제는 없으리라.

 

 

조금 외롭지만 어쩔 수 없지...’

나도 깜짝 놀랐다고, 이렇게나, 내가 바다를 무서워 했구나하고.’

 

 

조금 전에 친구와 주고받은 대화가 떠올랐다.

 

 

카라쨩은 말야, ‘완장(견고하고 단단함)’이라는 말을 과신하고 있는거야. 완장이라고 말해도 한계가 있는 법이고, 괜찮다고 생각해도 상처받는 일도 있잖아.”

그런가? 그래도, 나는 완강한 것만이 내 장점이니까. 괜찮다고?”

몸만 그렇지, 있잖아. 그래도, 마음도 똑같이 완강하다는 건 아니잖아

“?”

저번에 같이 드라마 봤을 때, 내가 괜찮아?’라고 물었던 거 기억나?”

“? 아아. 무슨 장면이었지?”

바닷가에서, 주인공들이 수평선 너머로 지는 석양을 보고있던 장면. 그때의 카라쨩 얼굴이, 말도 안 나왔지.”

?”

라고나 할까, 파도소리가 나올 때, 네가 움찔했었어. 바다가 비치고, 석양, 그것을 바라보는 주인공들의 등이 나오는 장면이 바뀌었을 때, 카라쨩 네 얼굴색이 나빠져 있었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어. 몰랐어?”

? ?”

카라쨩이 생각보다, 카라쨩의 마음은 [그 일]을 아직까지도 품고 있는 거 아니야?”

“...!! 그렇지, 않아...”

카라쨩, 마음에 생긴 상처는 쉽게 나아지지 않는거야.”

“...마음의 상처?”

마음의 상처는 끈질기니까. 잊어버린 장본인이 생각해도, 우연찮게 돌아오기 마련이야. 그래서, 계속 좀먹는 거지. 아주 천천히, 확실히 네 마음을 좀먹고 있는 걸 거야.”

“!?”

낫겠지?.... 완전하게 나아지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자각하고 맞서야 한다고 생각해

어째서...”

자각하고 대면하지 않으면... 카라쨩은 형제들을 싫어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 (형제들에게)사랑받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니까.”

“..., 싫어!”

그러니까, 먼저 자각하라고. 무엇을 무서워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무엇을... 무서워하는지... 나는... 무엇에...”

아앗! 떠올릴려고 하면 안돼. 무리하게 알아낼 필요는 없으니까, 느긋하고, 길게.”

“...느긋하게...”

맞아, 느긋하게. 자각하면 무리하게 좋아할 려고 노력하지 마정말로 나는, 이걸 무서워 하는건가?’하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거야

그렇게 가볍게 생각해도 되는 거야?”

카라쨩은 너무 어렵게 생각하니까. 이 정도가 딱 좋아.”

 

 

바다에 가면 들켜버리니까, 카라마츠는 흐린 기억들과 맞서고 있다. 숨쉬기도 힘들고, 두통이 난다. 형제들과 한 대화가 기억나지 않는다. 저녁밥을 잘 먹었는지도, 목욕탕에 갔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잘 수도 없어서, 결국에는 한숨도 자지 못한 채로 아침이 오고야 말았다.

 

 

 

들키지 않도록 계속 자는 척을 하면서, 카라마츠는 형제들의 상황을 살폈다. 계획대로, 카라마츠를 신경 쓸 여유도 없이, 각자 여행준비를 하느라 바쁜 듯 했다. 부랴부랴 방에서 나가는 발소리가 난다. 그럭저럭 이 작전이 잘 먹힌 듯 했다. 밖에서 차에 시동 거는 엔진소리가 나는걸 보아하니 슬슬 출발 할 려는 듯 했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까지 확인하고, 카라마츠는 안심하며 눈을 떴다.

 

 

 

 

 

 

좋은 아침~ 카라마츠. 지각이라고?”

“...?”

? 가 아니잖아. 바다에 가자고, 바다!”

, 어째서...”

, 빨리 일어나서 옷 갈아입으라고! 안 그럼 놓고 가 버린다!”

 

 

 

예상 못 했다. 어째서? ? 라고 없는 머리로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아마 운전자인)오소마츠는 차를 준비해 두겠다고 말하고, 가장 먼저 방에서 나갔을 터다. 그럴 터인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라고나 할까, 어째서 기다린거야. 그게 가장 이해가 안 된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놓고 갈 놈들이... 일어나지 않은 놈이 나쁜 새끼라고 언제나처럼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진짜 왜?

 

 

 

계속 생각하면서 오소마츠에게 재촉 받은 카라마는 정신없이 옷을 갈아입었다. 그 사이에 현관 쪽에서도 막내의 재촉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옷을 다 갈아입자 오소마츠는 카라마츠 손을 잡아끌고서 현관으로 향했다. 점점 영문을 모르게 된 카라마츠의 머리는, 이미 구멍이 나서 너덜거릴 지경이었다.

 

 

 

정말~! 늦었잖아~ 오소마츠형! 어라? 카라마츠형 일어났어?”

, , 그게...”

맞아~ 깜빡하고 안 가져온 걸 가지러 방에 들어왔는데 일어나 있더라구~ 앗싸! 카라마츠가 따라오면 바다에서 실컷 마시고 돌아올 때 카라마츠한테 운전 시켜야징~”

오소마츠형 운전하는 인간이 늦었잖아! 카라마츠도 타라고. 안 그러면 출발하지 못 하니깐

, 쿠소마츠 일어났냐...”

카라마츠형! 갑시다머슬!!”

 

 

쥬시마츠에게 이끌려 태워진 카라마츠를 확인하고 바로 바다로 향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바다아아아아아아아!!!!!”

바다 왔다아아아아아아아!!!!”

잠깐! 오소마츠형 쥬시마츠형 기다려!!”

! 장남새꺄! 쥬시마츠! 토도마츠! 자기 짐은 알아서 챙겨가라고! 이치마츠는 기분 안 좋으면 빨리 화장실 갔다오고!!”

 

 

바다에 오자마자 달아난 3명에겐 쵸로마츠의 잔소리는 닿지않았고, 오소마츠의 거친 운전에 멀미했던 이치마츠를 화장실로 부축해주었다. 목적지였던 해수욕장은, 아직 열지않아서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미간을 지그시 눌렀다.

눈앞의 바다, 파도 소리가 흐린 기억을 거듭해서 일그러트린다. 어제보다 두통도 심해지고 어지러웠다.

 

 

카라마츠, 괜찮아?”

“..., 아아. 조금, 피곤해서 어지러울 뿐이다.”

“...그래? 괜찮으면 짐 좀 맡길게. 나는 먼저가서 돗자리 깔아놓을 테니까. 이참에 차문 단속도 부탁할게

 

 

쵸로마츠의 목소리에 급하게 머리를 들자 의아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쵸로마츠의 눈과 마주쳤다. 흐린 기억을 어떻게든 얼버무리고 대답할려고, 쵸로마츠는 먼저 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해변으로 향했다.

 

의심을 받아서는 안 된다. 모두 바다에서 즐기고 있는 듯 했다. 나도 어울릴 수 있었다면... 짐 들을 챙기고 카라마츠도 해변으로 향했다.

 

그러나,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해변에 가까워 질 수 록 무거워지는 발. 발이 생각보다 잘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가고싶지 않아라고 호소하듯이. 모래사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길게만 느껴졌다.

 

도로 돌아갈까, 그렇게 생각했을 때 카라마츠 등을 누군가가 때렸다.

 

 

쿠소마츠, 거추장스러우니까 빨리 내려가

 

 

화장실에서 돌아온 이치마츠가 카라마츠의 등을 때린 것이었다. 멍하니 있던 카라마츠에게 이치마츠는 혀를 차다 (카라마츠를)뒤로 하고 돗자리를 다 깔은 쵸로마츠에게 걸어갔다.

 

 

, 괜찮다. 괜찮아

 

 

카라마츠는 자신을 속이면서, 무거워진 발을 억지로 떼어내 돗자리로 향했다.

 

 

카라마츠, 안색이 진짜 안 좋은데... 정말 괜찮은거야?”

아아, 괜찮아. 짐은 나한테 맡기고, 쵸로마츠도 갔다오는게 어때?”

? 괜찮아?...그럼 알겠어. 짐 부탁할게

 

 

이치마츠는 이미 가버린 듯했고. 돗자리에서 짐을 지키고 있었던 쵸로마츠도 모두에게 보냈다. 잠자코 짐을 지키고 있었지만, 역시 놀고 싶었으리라. 카라마츠의 제안에 바로 수긍하고, 쵸로마츠는 물가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형제들 쪽으로 걸어갔다. 카라마츠는 무릎을 세워 고쳐앉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검고 흐릿하게 보이는 바다에서 도망치듯이 무릎에 얼굴을 묻고 웅크렸다. 파도소리가 들릴 때마다 떨리는 어깨를 끌어안고, 흐린 기억을 떨쳐보려 눈을감았다.

 

 

 

*****

 

 

 

늦게 온 쵸로마츠를 놀리면서,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웅크린 마라마츠를 본 오소마츠는, 동생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혀를 끌끌 찼다.

 

 

자세를 보아하니, 이곳에 올 생각도 전혀 없구만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이변(예상치 못하거나 괴의한 변고)을 느낀 것은, 이른바 카라마츠 사변이라고 불리는 유괴사건이 일어난 후부터 반년가량 지났을 무렵이었다. 카라마츠가 갑자기 무섭게 느껴지는 듯 했다. 그것은 텔레비전에서 바다특집 방송을 했을 때, 토도마츠가 자고있을 때 듣는 파도소리를 흘렸을 때, 카라마츠는 바다에 관련된 모든 것들에 반응하고, 심호흡을 했다.

 

 

처음에는 아직도 삐져있는 건가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달랐다.

그것은 바다를 무서워하고 있는 것이었다.

당사자에게 물을 만한건 아니다. 것보다 본인조차 모르는 건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하고, 오소마츠는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무게에 뭉개질 듯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장난치고는 심했고, 내가 당했다면 분명히 화를 내고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용서했다.

밤늦게까지 소란을 피운 내가 나쁜 거야, 치비타는 나쁘지 않아. 그러니까 치비타를 뭐라하지 말아 줘라고 말했다. 그때는 역시 카라마츠구나~ 라고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화내는 방향을 개선해주길 원해, 그러니까 화를 내지 않는 편이 더 위험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쪽이 좋은거야. 화를 내지 않는다는 건, 이제 단념하고 돌아선 것이리라.’

 

언젠가, 누군가가 말한 문구가 머리를 스친다. 카라마츠가 진짜로 용서를 한 건가? 아니면, 우리들에게 등을 돌려버린 건... 카라마츠에서 받아 온 애정을 몰랐다는 건 아니다. 언제나 카라마츠는 엄청 형제들을 사랑하고 있다. 그 사실을 모두가 알고있고, 겉으로 들어내지 않을 뿐이지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쥬시마츠와 토도마츠에게 이르러서는 오늘은 카라마츠가 이런 일을 해주었다뭐 이런 식으로 자랑하는 정도다. 낯 뜨겁다. 정면으로 눈을 똑바로 보면서 그동안 받아왔던 것들을,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게. 그래서 모른척하거나, 삐딱하게 받아내거나.

 

하지만 상대인 카라마츠. 좋지도 나쁘지도 그냥 순수하기만 한 이 남자는, 그러고 있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더더군다나, 그것을 나쁜 방향에서 받아 버려, 슬퍼하고, 자신들을 단념하고 있는 것이...

 

그 이래로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낌새를 지켜보면서, 능숙하게 함께 나가도록 했다. 집에 돌아 올 때도, 미심쩍게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거라곤 근처에서 땅따먹기 놀이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정도밖에 못 됐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고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원했다.

 

그리해서 깨달은 것은

 

저번보다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대화에 어울리는 횟수가 줄고, 잠자코 듣기만 하는 일이 늘어났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의 연락이 잦다.

 

정도 였다. 위의 두 가지는 자신이 곁에 있거나, 툭하고 화제를 던져놓음으로써 어떻게든 알아낼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한 가지만 방도가 없었다.

 

일을 알아보기 위해선 필요할 거라고, 마츠요는 육둥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줬다. 그치만 쵸로마츠와 토도마츠 외에는 별로 필요 없어서 거의 애용하는 편은 아니었다. 사용한다고 해도 가끔씩 밖에 나간 놈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정도였다. 카라마츠는 보나마나 후자이기에, ‘휴대폰을 못 쓰는 챔피언이라고 불리는 이상한 호칭을 토도마츠에게 받은 정도였다. 그 카라마츠가 전보다 휴대폰을 보는 횟수가 늘었다. 몇 번씩, 카라마츠가 깜빡하고 놓고 간 스마트 폰의 알림창을 본 적이 있었다.

모르는 이름... 설마 쥬시마츠처럼 인연이라도 생긴건가?

 

 

하지만 알림창에 쓰여있는 문장은, 어떻게 봐도 남자가 쓸 만한 문체였다. 화면을 안 본척하고 카라마츠에게 스마트폰을 건내주었다. 또 알람이 울리자 팝업창을 본 카라마츠는 달가운 듯이 표정을 지으며 상대방에게 답장을 적어냈다. 형제들에게도 막 보여주지 않은 본연의 미소를 지으면서 화면을 보고 있으니까, 그 자리에 있던 형제들도 의아했다. 누구야? 라고 물으면 친구야라고 대답했다.

 

친구라면 한번 소개해줘. 라고 물어도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형제들이 이 세계의 전부라고 장담했던 너는 어디로 가버린거야. 랄까 보기 좋은 미소네. 토도마츠가 무서운 얼굴로 널 보고 있는 건 눈치채지 못 했냐?

 

그 후로 오소마츠 외의 다른 형제들도, 카라마츠에게 얽히게 됐다. 모두, 그 때의 미소를 지어줬음 해서 노력하게 되었다. 정작 카라마츠는 항상 배려해주는 형제들이 기쁜 듯이, 항상 실실 웃었다.

 

누군가가 바다에 가고싶어라고 말했던 것도 그 때였다. 텔레비전에서 벌써 해수욕장이 개장됐다고 아나운서의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사람들이 많아서 복잡해질 테니까 그러면 개장하기 전에 갔다오자! 라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소마츠도

형제들 다 같이 간다면 카라마츠가 무서워하지 않을거야.’

그리 생각하고 카라마츠를 데려왔다.

 

하지만 여행 당일의 카라마츠는 자는 척을 했다. 다른 형제들은 그것을 신경 쓸 나위도 없었다. 차를 준비해 놓겠다고 말해 놓고 방을 나온 오소마츠는, 차안에서 벨트를 매고 머리를 박았다. 카라마츠의 소리 없는 의사표시, 가지 않겠다고 온 몸으로 호소하는 그 모습에 가벼운 현기증이 났다.

 

 

자는 척을 할 정도로 가고싶지 않은 거냐고. 그렇게나 바다가 무서운 거냐고. 우리들이 같이 있는데도!”

 

 

이렇게 나온다면 오기로라도 데리고 간다. 준비를 마치고, 차에 탄 동생들 중에서[파랑색]이 없는 것을 확인한다고, 잊은 것(카라마츠)를 가지러 오겠다면서 도로 집으로 들어갔다. 생각대로, 자는 척하고 있던 카라마츠를 억지로 깨워서 준비시켰다. 그 당황한 낌새를 보니,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장남 깔보지 마라. 네 녀석의 속임수 따위는 옛날 옛적에 알아챘다고.

 

이렇게 절반은 억지로 데리고 나왔지만, 카라마츠는 완강하게 바다에 다가가지도 않았다. 오소마츠는 발밑을 봤다. 파도가 발밑의 모래를 휩쓸다가 바다로 돌려보냈다.

 

모래와 함께 카라마츠의 소중한 무언가가 함께 밀려나간 듯한 기분이 들어서...

 

 

“...왠지 더럽게 분하네! 아악 짜증나!!”

뭐야!? 갑자기 뭐냐고!”

난 담배 좀 빨고 온다.”

, 잠깐, 도무지 의미를 모르겠는데요!?”

담배 빨고 온다고 했잖아!”

 

 

오소마츠는 소리를 지르고, 말을 걸어오는 동생들을 밀쳐내고 첨벙첨벙 소리를 내면서 해변에서 나왔다.

 

 

“......뭐야 저거

그딴 거 내가 알 필요 없잖아! 아까 걸로 옷도 젖었는데!”

이치마츠형, 오소마츠형이 화났어!”

아니 저건 그냥 화풀이야, 엄청 화내고 있지만

화풀임까! 뿌뿌임까!”

맞아~ 뿌뿌 거리고 있어~”

 

 

대화를 하면서 동생들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기분이 팍 나빠졌어, 120% 귀찮다, 상관하지 마, 카라마츠한테 맡기자]

 

 

여태까지 기분상한 오소마츠를 진정시켜 줄 수 있는 건 차남인 카라마츠 뿐이었다. 동생들은 돗자리 위에 앉아있는 둘째 형에게 마음속으로 빌었다.

 

 

카라마츠가 숨죽여서 울고 있었다. 당황한 오소마츠가 급하게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

 

 

카라마츠는 자기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 듯 했다. 당황한 카라마츠가 급하게 눈가를 비빈다.

 

 

야야 비비니까 더 빨게 지잖아

미안해...울어버려...

미안하다...카라마츠

왜 사과하는 거야...윽 흐윽, ......”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한 카라마츠의 얼굴을 오소마츠는 슬며시 제 어깨에 얼굴을 묻어주었다.

 

 

울어도 좋아. 지금까지 잘 참으면서 울지 않았잖아. 지금 여기에선 나랑 너밖에 없으니까 맘껏 울어버려

, 소마츠... , 나는......”

그래

바다가... 무서... ......”

그랬구나.”

왠지... 끌고 가버릴 것 같아서... 그치만... 그치만......”

장담하는데 절대로 널 끌고가지 않아. 내가, 우리가

하지만... 그래도

?”

너희들까지 끌고 가버리는, ... 더 싫어......”

카라마츠답네~ 그래도 하지만 저 녀석들은 저 녀석들이고 중요한건 여섯 명 중 한명이라도 없어지는 건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 나도 그런 건 싫거든. 게다가 네가 없어진다면 누가 나랑 같이 형아 노릇을 할 수 있겠어. 내 옆에는 언제나 카라마츠가 있어줬음 좋겠는데 말이야~”

오소마츠......”

그러니까 앞으로도 나랑 같이 형아 해줄거지?”

나로도, 괜찮은거야......?”

너 정도가 딱 좋아

 

 

그렇게 말하니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얼굴을 느슨하게 끌어안았다. 어깨가 젖은걸 알아채지 못한 척하며 눈앞에 있는 흑발을 쓰담아주었다. 쑥스럽다는 듯이 흔들리는 흑발. 그래도 싫은 기색은 없어보였다. 어께에 묻어놓았던 얼굴을 살짝 들어 보인 카라마츠의 얼굴이 미소 짓고 있었다. 평소에 곧 잘 지어보인 미소가 아닌 눈썹을 내리고 부드러운 미소였다. 형제들이 제일 좋아하는 미소. 오소마츠도 덩달아서 미소가 지어졌다.

 

 

친구한테 들었어.”

친구라니 최근에 자주 연락했던 애?”

, 오소마츠형이랑 똑같은 말을 이 녀석도 말했어.”

똑같은 말이라니?”

암만 완장하다더라도 한계가 있는 법이라면서 말이야. 마음은 몸보다 약하니까 몸이랑 다를 것 없는 것처럼 생각하다보면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사태까지 갈수 있다면서... 그렇다고 가만히 냅둬버리면 형제들한테 사랑받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말했어...”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옷에 거의 매달리듯이 붙잡았다. 옷을 붙잡은 손가락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것만은 피하고 싶어......”

그럼 어떡하면 되는데?”

무엇을 무서워하는지, 싫어하는 지를 자각하래

그것도(무엇을 무서워하는 가를 알아내는 것) 무섭지 않아?”

, 무서워. 그래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나는 이게 무서워~’정도로만 생각하라고 말했어.”

?”

“‘넌 매사에 어렵게 생각하니까 이정도가 딱 좋아라고 말했어.”

푸핫! 그 친구라는 놈말야 너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는 있구나~”

, 그런가?”

그래그래 진짜로 넌 일일이 어렵게 생각하니까. 시덥지 않는 대화도 심각하게 생각하니까 대화할 때마다 혼자 동떨어져 있기 마련이고. 좀 더 어깨에 힘빼고 가볍게 생각해도 좋을텐데. , 그걸 할 수 없는 게 카라마츠지만 말이야

그 녀석도 (너랑)똑같이 말했어.”

진짜? 역시 완전 꿰뚫고 있구만~ 왠지 분한걸......”

분하다고?”

그래. 우리랑 맞먹을 정도로 너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으니까. 어쩌면 그녀석이 나보다 너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엄청 분할 것 같지 않아?”

이상하게 그게 뭐냐

 

 

카라마츠가 작게 콧방귀를 꼈다.

 

 

바보야 나한텐 먹고사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혹시 그 새끼한테 카라마츠 널 뺏긴다면 어쩌나 하고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는데!”

걱정이라니... 그 녀석에겐 나는 그냥 해결해줘야 하는 문제 같은 거라고! , 그러고 보니 언제든지 문제가 생기면 우리집으로 와, 부양해줄게라고 말한 적은 있었어.”

뭐어!? 그래서 그 새끼집에 간적은 있어?”

있는데? 지금도 가끔씩 놀러가기도 하고, 이참에 오소마츠도 갈래?”

갈래! 반드시 갈거야! 인사라도 해야 하니까......”

귀여운 개랑 고양이도 있다고... 오소마츠? 얼굴이 무서운데...?”

“...하아~ 너 정말로 긴장감 같은 건 전혀 없구나... 이 형님 심히 걱정 되는구나 아우야

“???”

아무것도 아니야, 넌 그냥 그대로 있는 편이 좋아.”

 

 

오소마츠는 그리 말하고 카라마츠의 머리를 거칠게 쓰담았다. 카라마츠가 아프다면서 소리쳤지만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성에 차오를 때까지 한참동안 쓰담았다.

 

 

오소마츠혀엉! 카라마츠혀엉!”

 

 

쥬시마츠가 오소마츠와 카라마츠에게 있는 힘껏 덮쳤다. 두 사람은 그대로 버티지 못하고 돗자리 위로 쓰러졌다.

 

 

아악! 쥬시마츠 갑자기 덮치지 말라고~ 깜짝 놀랐잖아

 

 

오소마츠가 그렇게 말하면서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담아주었다. 쥬시마츠는 기쁘다는 듯이 눈을 반쯤 뜨면서 바라보았다. 카라마츠도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담으면서 쥬시마츠에게 물었다.

 

 

쥬시마츠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 ! 나 배고파!”

,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바다의 집은 아직 문 열지 않았을 테니까... 뭔가 좀 먹으러 돌아갈까?”

오오오오!! 갑시다!”

좋았으, 야아! 너희들도 이제 나오라고! 밥 먹으러 가자!”

 

 

오소마츠가 목소리를 높이자 동생들도 즉각 대답하면서 오소마츠쪽으로 다가왔다.

 

 

카라마츠도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동생들의 뒤쪽으로 비치는 바다가 아까보다 이뻐보였다. 다시 다가가면 무서운 건 마찬가지지만 언젠가 다시 모두와 함께 들어갈 수 있기를.

 

 

언제한번 다 같이 또 오고 싶어

 

 

나지막히 중얼거린 카라마츠의 말은 파도소리에 따라 휩쓸어 가버릴 만큼 작았지만 형제들 귀에는 확실히 들린 듯 했다.

 

 

나도! 나도 또 다 같이 오고싶슴다!”

당연한 거 아니야? 어차피 우리는 항상 한가하니까~”

히힛, , 그럴지도 모르지. 랄까 쿠소마츠, 이번에는 네가 운전하라고. 오소마츠형이 운전하면 이번에는 나 진짜로 토한다.”

 

 

동생들의 말 한마디마다 기분이 좋아서 카라마츠는 해맑게 웃어보였다.

카라마츠의 미소를 본 형제들은 얼굴을 마주보며 덩달아 웃었다.

토도마츠와 쥬시마츠가 카라마츠 팔에 매달렸다.

 

 

 

정말이지, 나의 형제들은 너무 사랑스러워서 탈이군.’

 

 

 

카라마츠는 이 순간의 행복을 가슴깊이 새겨 넣었다.

 

[에필로그]

 

 

 

 

다행이다

? 쵸로쨩 갑자기 뭐가 다행이라는 거야?”

쵸로쨩은 말하지 마. 카라마츠가 바다에 도착하고 나서 계속 안색이 안 좋았는데, 도로 좋아져서 그런거지? 그때의 웃는 얼굴도 최근엔 잘 못 본 듯했는데 말이야.”

의외로 잘 본 단말이야, 체리마츠 주제에

너희들도 동정이잖아! ...저기 이치마츠, 너 왜울어?”

그야 쿠소마츠의 웃는 얼굴이... 고귀해서... 요즘엔 우울해했던 것 같았는데, 진짜 오랜만에 봤어... 하아... 진짜 보배스러워...”

“...아니, 그렇게 생각하면 평소에도 우리가 조금이라도 상냥하게 대해주자. 그러면 또 그때처럼 웃어주지 않겠어?”

그건 무리야. 쿠소마츠의 미소가 일상화가 되면 나도 모르게 때릴지도 몰라.”

진짜 이치마츠는 비뚤어질대로 비뚤어졌구나.”

쥬시마츠랑 토도마츠도 요즘엔 쿠소마츠가 기운이 없었던 거 걱정했잖아.”

쥬시마츠는 감이 좋으니까, 토도마츠도 카라마츠에 대해서 잘 지켜보고 있고.”

“...몬페(モンペ : 몬스터 부모의 준말)?”

[그래서?]

“...너희들 얼마나 카라마츠를 좋아하는 건데

[오소마츠형한테는 말해주고 싶지 않아]

 

 

 

변변찮았습니다!

 

오소마츠상 애니박스 첫 방영일

숫자 4개

꿈을 꿨다.

한쪽 면에 거리의 지붕위에 푸르른 푸른 하늘 아래에, 나와 한명의 남자가 있었다. 눈앞에는 나와 똑같이 생긴 남자가 웃으면서 다가오고, 행복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면서 무언갈 말했다. 뭘 말하는걸까, 잘 들리지 않아. 아니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건지 바람소리만이 귀를 간지럽힌다. 뭘 말하고 있는거야, 나는 눈살을 찌푸리고 남자의 입가로 귀를 가져다 댔다. 그래도 안 들려,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아. 기분이 나빠질 정도로 멀어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의미모를 충격이 내 몸을 덮쳤다. 기분 나쁜 부유감(역자:떠돌며 거처일정않음)에 머리가 아팠다. 내장들이 뜯기고 있다고 착각이 될 정도로 강한 부유감이었다. 기분이 한껏 나빠온다. 부유감에 대한 출처도 모른 채 눈을 떠보니 내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던 것이 아니던가. 푸른 하늘과 빌딩이 점점 커져가면서. 급한 환경에 머리는 지끈거렸지만, 문득 하늘이 이쁘다고 생각해버렸다. 청아한 청색의 그라데이션에 우아하게 헤엄치고 있는 구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나는 지금 어떻게 되어있는 거지? 되게 차분해진 기분이야. 의미없이 둥둥 떠다니는 빌딩의 옥상에서 아까 봤던 남자가 나를 내려다 본 듯한 것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 얼굴은 아까 봤던 표정과 다르게 행복에 겨운 얼굴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너는 뭐가 그렇게 행복한거야, 나를 보고 웃지마! 묘한 부담이 속으로 느껴졌다. 그 순간 내 몸에 무언가가 부딪힌 듯한 통증을 느꼈다. 머리가, 등이, 모든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아팠다. 제기랄, 도대체 뭐야... 아파... 아파... 아프다는 것밖에 인지할 수 없는 머리에 부유감이 들어왔다.

 

파란 하늘과 빌딩이 커지질 않는다. 필사적으로 생각했던 내 머리도 거기서 머졌다.

 



*

 

 

눈을 떠보니 우리 형제의 다섯째가 내 시야를 지 얼굴로 가득히 메꾸었다. 생각없이 하고 작게 비명을 지르니 장난을 성공했다는 듯이 똑같은 얼굴로 하핫하고 웃는다. 형아 잠들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여요~ 라면서 네네, 알고 있습니다. 일단 거기서 비켜주지 않겠나, 브라더?’ 나를 깨운 것에 만족한 듯한 쥬시마츠는 야구 배트를 가지고 방에서 나갔다. 다시 잠이 덜 깬 눈을 비비고,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눈에 들어온 시계를 힐끔 보니 짧은바늘이 3시에서 조금 지나있었다.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오니 아직까진 낮인 거겠지, 몸이 꽤나 후끈후끈 거린다. 그리고... 나는 뭐하고 있었지? 기억을 더듬기 시작한다. 아침엔 드물게 동시에 다 같이 일어났고... 일찍 일어나신 엄마가 만들어주신 아침을 먹고, 그러고 나서... 그 후엔 내가 뭘 했더라...? 기억이 안 난다. , 기억이 안 난다면야 어쩔 수 없지. 차피 중요한 일도 아닐테니. 니트니까 매일 똑같은 날을 반복하는 것도 똑같다. , 내일의 일은 no plan이다. 하품이 나올 것 같아 반사적으로 입술을 손바닥으로 덮었다. 바라봤었던 창문으로 비쳐보이는 푸른 하늘에 부유감을 느꼈다. 꿈에서 본 푸른 하늘과 너무 닮아서. 암만 생각해도 기분 나쁜 꿈에 조금 식은땀이 흐르고 잊어보려 머리를 저었다. 그 탓에 머리가 더 욱신거리며 아파졌다. 나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이건 뭐야, 더럽게 아프잖아. 바늘로 찌른 것처럼 머리가 지끈거리는 통증이 커져간다. 이를 악물고 나는 신음을 냈다.

 

그 후부터 1시간정도의 시간이 지난 듯 했다. 통증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여태까지 참았던 숨을 내뱉으니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거짓말... 농담이지? 지금까지 겨우 3분밖에 안 지났다고? 눈을 비비고 다시 시계를 봐도 시침과 분침은 전혀 변함이 없다. 초침만이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게 전부였다. 무서워서 창밖을 보니, 아까까지 따스한 햇살이 내려왔던 하늘에 구름이 끼워졌다. 푸른 하늘이 까무잡잡하게 밖에 보이질 않았다. 나는 정체도 모를 부유감을 느끼면서 방을 빠져나왔다. 방을 나오자마자 갑자기 쥬시마츠의 야구배트가 발에 닿아 깜짝 놀랐다. 그렇게 치워놓으라고 일러뒀건만, 나중에 혼내도록 하자.

 

 

*


 

최근에는 내 물건이 내가 놓았던 곳마다 없어지는 일들이 잦았다. 항상 손거울을 선반위에 올려놨을 텐데 테이블위에 올려져있었던 일이나, 내 후드티를 입을려고 했는데 이미 빨려있거나, 선글라스가 깨져있다던가... 이건 이치마츠가 한 짓일테고, 하지만 선글라스가 깨진 후에는 다시 사 둔 기억도 없는 선글라스가 놓여있다던가... 처음엔 브라더들이 짜놓고서, 나를 놀리려고 한 건가하고 여겨서 크게 신경쓰진 않았지만, 갈수록 점점 고조되고 있었다.

 

잠깐만 카라마츠 형, 어제 약속한거 잊었어!?”

 

거실에서 오자키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잡지를 읽고 있다고 화를 내면서 토도마츠가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왔다. 토도마츠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게 생소해서, 무심코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같이 거실에 있었던 오소마츠도, 무슨 일이라면서 만화에서 시선을 떼고 토도마츠와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이 싸이코 새끼야!! 어제 내가 쇼핑 끝나면 데리러오겠다고 했잖아! 짐 많아서 카라마츠 형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어? 이 나쁜 놈아!!”

 

토도마츠는 제대로 화가 났는지, 분명히 많은 짐을 들고 온 탓에 땀으로 흠뻑 젖은 손으로 내 멱살을 잡고 무자비하게 흔들었다. , 어제는 아침 일찍 나가서, 카라마츠 걸이 오지 않은 탓에 돌아와서 씻고 바로 잤다만... 브라더들과도 가볍게 담소를 나눈 기억밖에 없다.

 

약속이란걸... 했었나?”

뭐라고!? 뭐야, 치매라도 걸린거야!? 분명히 약속했다고 카라마츠 형!!”

 

결국엔 멱살을 놓고 볼을 부풀린 채로 거실을 나선 토도마츠를 배웅하고자 옷을 갖췄다. 그렇다해도... 짜증나는 부유감이 요즘들어서 강하게 느껴지고 있다. 내 몸 안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건 아닐까,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있던 중에 어깨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오소마츠였다.

 

너 말이야 토도마츠를 화나게 만들면 얼마나 귀찮아지는지 모르냐?”

, 미안... , 이번일은 내 hard-boiled(완숙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한 노래로...”

그만! 그만해, 톳티 앞에서 내 배가 아파서 뒤진다고!”

 

어깨 너머로 들려오는 오소마츠의 한결같은 웃음소리가 어찌나 안도가 되던지. 부유감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은 우리 형제들뿐이다. 진짜로 병원에 가지 않으면 안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사뭇 오소마츠가 진지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을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든다. 어땠어? 라고 말을 거는 것처럼, 오소마츠의 눈동자가 나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무언가를 알아낸 것처럼 보여서 등골이 오싹했다.

 

있잖아~ 어제 나랑 무슨 얘기했는지 기억나?”

 

그 말에 나는 식은땀을 흘렀다. 이 이야기를 흘려버리면 분명 나와 어제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아아, 드디어 알아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묘한 부유감을! 분명히 내가 기억하지 못한 탓일 거다. 내가 기억하는 어제는, 분명 형제들과의 어제와 다를 것이다. 그저께가, 그 전의 것일거다. 몸은 분명히 깨어있었다. 그래서 이상한 부유감을 느낀 것이다. 물건의 위치가 바뀌어있다던가, 산 기억도 없는 물건이 있던 일은 단순히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걸로 설명이 되리라.

 

분명 그 날 불에 타서 죽을 줄 알았던 그때 브라더들이 나한테 던진 것들이... 나는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오소마츠. 오늘은 왠지 열이 있는 것 같으니 혼자있게 해줘.”

 

이런 일을 브라더들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다. 분명 알게되면 싫어할테니.

 

[어디까지나 개그인데 무슨 피해자인 마냥]

[몸도 약하고]

[우리 탓은 아니야]

[카라마츠가 누군데?]

 

떨리는 몸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나왔다. 그 때의 오소마츠의 얼굴이 무서워서 볼 엄두가 안났다. 어쨌든 숨기지 않는다고, 마츠노 집안에 있을 곳이 없어진다. 나의, 카라마츠라는 존재가.


나는 그날부터 브라더에게 보이지 않도록 노트에 꼼꼼히 일기를 적었다. 첫 장에는 처음에 볼 수 있도록 너는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라고 적어놓고, 그 다음에는 형제들과 무슨 얘기를 했는지, 밥반찬이 뭐였는지, 하루종일 나는 뭘 했는지에 대한. 세세하게, 어찌됐든 세세하게 적었다. 그 덕분에 다행이도, 그날의 토도마츠의 약속을 어긴 것처럼 똑같은 짓을 반복하지 않았다. 다만, 어디에 숨겨놓을지가 무제였다. 암만 잘 모르는 곳에 숨긴다고 해도 노트를 어디에 뒀는지 모르면 밑천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항상 봐왔던 것, 눈에 들어왔던 것... 뭐였을까. 아아, 뭐야 간단하잖아. 나는 거울을 자주 본다. 그럼 손거울 손잡이에 숨겨놓은 장소를 적어놓으면 된다. 나는 더 이상이 없을 정도로, 평소의 카라마츠라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한 동시에 불안했다. 그 노트에게 의지하고 말은 탓에 기억이 나지 않은 일이 많아지고 말았다. 언젠가, 내가, 형제들을 몰라보게 돼버릴지도 모른다. 그 말은 즉 슨, 더 이상 카라마츠가 아니게 된 순간이다. 그런 날이 와버리는 걸까. 무서웠다, 내가 사랑하는 형제들을 잊어버리는 건가. 생각할 때마다 기분이 우울해졌다.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문제의 해결책을 끊임없이 생각했다.




*


결국 그 날은 찾아왔다. 평소처럼 나는 선글라스를 쥔 채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거칠게 문이 열렸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부자연스럽게, 급히 문을 열은 사람 쪽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한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아닌 다른 형제가 진지한 얼굴로 천천히 들어왔다. 그 이치마츠도 5명 중에 있겠지. 뭐야? 여섯쌍둥이 회의야? 선글라스를 접어서 책상위에 올려놓는다.

 

카라마츠, 여섯쌍둥에 회의 시작한다.”

 

오소마츠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자 이치마츠가 손에 쥐고있었던 것을 꽈악 쥐더니 책상위에 올려놓고 내밀었다. 건조한 소리에 몸이 바르르 떨렸다.

뭐지, 왜 이치마츠는 마시지도 않고 기분 나빠 보이는 건가하고 생각했는데 머지않아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걸 알았다.

 

이치마츠가 책상위에 올려놓은 건, 다름아닌 내 노트였다. 식은땀이 내 등골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 어째서? 나는 혼란에 빠졌다.

 

카라마츠, 도망가지 말고 일단 앉아 봐.”

 

형제니까 안다. 지금의 쵸로마츠는 폭발하기 일보직전이다. 술에 취했을 뿐 어조는 그닥 난폭하진 않다, 그 쵸로마츠가 나를 미간을 찌푸리며 노려보고 있다.무서워, 무서워, 미움 받았다, 분명히 미움 받았다. 어째서, 지금 알아낸 거야. 누가 이 노트를 찾아낸 거야.내 마음을 읽어낸 듯이 먼저 오소마츠가 가져온 노트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이치마츠가 이상한 노트가 있다고 가지고 왔어, 그리고 내용을 봤는데...”

 

오소마츠가 노트위로 강하게 주먹을 내리쳤다. 콰앙하는 소리와 함께 책상이 삐걱거렸다.

 

왜 이렇게 됐는지 설명하지 않았다면 형은 계속 몰랐을 거야, 카라마츠.”

 

가라앉은 목소리로 책망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고, 참을 수 없어서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내가 암말 없으니 이치마츠가 크게 혀를 찼다. 이치마츠에게 눈을 돌리면 머리를 긁적이며 귀찮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너 말이야, 비운의 주인공이라도 되고싶은거야? 의미를 모르겠네, 도대체 뭐야. 이쪽으로도 민폐인데다가 어째서 기억이 안 나고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다물고 있는거야? 그 꼴로 본인은 좋은 인간이라면서 강조하고 다닌 거냐고.”

 

이치마츠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래도 이치마츠가 내뱉은 말마다 반박할 수가 없어서 내 자신이 얼마나 비겁한 인간인지를 실감했다.

 

함구하고 있다고 해서 나는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너도 충분히 문제가 있다는 걸 알라고.”

잠깐 이치마츠, 이건 지나치잖아.”

 

쵸로마츠가 말렸지만 이치마츠는 계속 나를 들쑤셨다.

 

그리해서 그 누구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를 도와줌으로써 더욱 부각시키겠지, 차라리 나가뒤지라고.”

 

. 머리를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오소마츠나 토도마츠가 이치마츠에게 뭔가를 말하고 있는 것을 남의 일인 것처럼 여기고 생각했다. 가슴이 찌릿찌릿거리고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괴로워, 도와줘.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이 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머리는 차분해져서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미안하다, 나는 정말이지 못난 형이다.”

 

뺨에 흐르는 것을 모르는 척하며,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공간인 거실을 빠져나오기 위해 발을 옮긴 때였다. 그 때의 고통이 내 머리로 덮쳐왔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에 이제는 치가 떨렸다. 무언가를 잊어가는 묘한 기분이 나를 덮쳤다. 거짓말이지? 하필이면 이런 때에...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어렸을 때의 내가 기억나지 않는다, 초등학생 때, 중학생 때, 고등학생 때...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에이 설마... 최악의 사태가 머릿속을 스쳐갔다. 싫어... 나는,.. 잊고싶지않아...!


나는 마츠노 카라마츠, 여섯쌍둥이 중에서 차남이다. 나는 마츠노 카라마츠, 여섯쌍둥이 중에서 차남이다. 나는 마츠노 카라마츠, 여섯쌍둥이 중에서... ...여섯쌍둥이 중에서... 마츠노... 마츠......


내가 누구였더라? 여기가 어디일까? 방을 둘러보며 실마리를 찾는다. 두리번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본니 내 뒤에는 내 얼굴과 판박이인 5명의 남자가 있었다. 나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실례입니다만, 여긴 어딘가요?”

 

내가 이렇게 묻자 남자한명이 얼굴을 찌푸리며 나를 때렸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나는 그대로 맞고 뒤로 주저앉았다. , 왜 그러는 거야? 난 그냥 물어본게 다 인데... 머리가 이상한 사람인가...? 그 남자는 또 다른 남자에게 저지당했지만, 그래도 나를 노려보며 내게 언성을 높였다.

 

네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결코 넌 결백하지 않다는 걸 잊지말라고!!”

일단 진정해 이치마츠형!”

지랄하고 자빠졌네! 실실 쪼게면서 뻥이었다고 해도 너 같은 새끼는 아주 그냥 쳐 죽여버릴거야!”

 

의미를 모르겠다... 나는 뭘 잊고있다고 하는거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데... 맞아서 부은 뺨을 짓누르고 뒷걸음을 쳤다. 그 모습에 한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카라마츠형... 나야, 토도마츠. 카라마츠형의 동생이라고...”

 

그 남자는 눈물이 맺힌 눈으로 슬피 웃어보였다. 그런 가슴아픈 얼굴은 하지 말아 줘... 브라더...

 

카라마츠 기억나지?”

 

그는 살짝 눈썹을 내리며 웃어보였다. 그런 오소마츠의 얼굴은 처음 봤어. 그런 얼굴도 할 수 있었구나. 나는 이치마츠에게 맞은 볼을 쓰담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아, 미안하다. 조금 머리가 띵해서 말이야.”

 

안심시키기 위해서 평소의 나로 연기한다. 그래야만 브라더들은 안심했다는 듯이 숨을 내뱉으니까. 하지만 나는 내심 초조했다. 최악의 사태가 한순간에 일어날 거라 생각하니 겁이났다. 역시 나는 형제들의 존재를, 나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마는 운명이구나. 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을까. 나는 이 녀석들의 존재를 잊고싶지 않는데... 내 스스로에 대한 것도 카라마츠라는 존재를 잊고싶지않다. 이왕 기억이 남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이 순간만이라도... 기억이 잊혀지고 말더라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던 꿈을 다시 상기시켰다.

 

언제나, 언제나, 이대로.

 

마치 연극이 끝난 것처럼, 나는 입을 열었다.

 

나는 마츠노 카라마츠다. 마츠노가()에서 태어난 차남. 내일의 일은 no plan이다! 나와 영혼을 나는 형..., 아프지 않는가? , 어쨌든...”

 

더 이상 망설이지 않는다. 나는 날 위해서 연기를 이어간다.

 

사랑한다.”

 

나의 이상한 행동에 먼저 눈치 챈 오소마츠가 작게 눈을 떴다, 벌써 내 생각을 눈치 챈걸 것이다. 역시 여섯쌍둥이의 장남이야, 역시 둘도 없는 나의 하나뿐인 형님이다. 존경스럽다, 오소마츠.

 

너희들, 카라마츠를...”

 

오소마츠가 입을 열어 말할려고 했던 순간에 나는 쏜살같이 현관으로 달려갔다. 뒤에서 소리치는 목소리들이 들려왔지만, 미안해. 진짜로 못난 나지만, 마지막 정도는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도록 해줘. 그래도 목적지를 향하면서 계속 제발 기억이 잊혀지지 않기를 바랬다.

 

 

*

 

 

너희들, 카라마츠를...”

 

그렇게 말한 오소마츠 형을 무시한 듯이 카라마츠는 전속력으로 이 방을 뛰쳐나갔다. 이곳에 있던 모두의 생각이 멈췄다. 역시나, 처음에 목소리를 높였던 것은 오소마츠형이었다.

 

지금 당장 카라마츠를 잡아 와!!”

 

그 목소리 톤만으로도 단순한 일이 아님을 눈치 챈 우리들은 카라마츠의 뒤를 따라서 거실을 나섰다. 현관은 카라마츠가 뛰쳐나가며 열린 채 그대로 있었다. 이상하게 땀이 등골을 탔다.

 

나랑 쵸로마츠랑 쥬시마츠는 이쪽으로, 이치마츠랑 토도마츠는 저쪽에서 찾아봐!!”

 

오소마츠형의 명확한 명령에 아무 생각없이 발을 굴러가며 카라마츠의 행방을 찾았다. 하천부지, 자주 다녔던 공원, 거리, 뒷골목, 나랑 토도마츠는 거친 숨을 내뱉어가며 카라마츠를 찾아다녔다.

 

사건의 발단이라고 한다면, 한 달이 좀 되기 전쯤의 일이었다. 밤중에 카라마츠가 어떤 노트에 무언갈 열심히 적은 모습을 봤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겠지만 조금 꺼름직하게 느껴졌다. 어차피, 보나마나 쿠소마츠다운 시를 적고있는 거겠지... 라며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일을 계기로 필사적으로 노트를 찾게 됐다. 다른 이유는, 쵸로마츠형이 카라마츠에게 부탁하던 다음날의 모습이었다. 카라마츠는 마치 약속 한 것을 잊어버린 것처럼 태연하게 지내고 있어서, 위화감을 느낀 오소마츠형이 카라마츠에게 카라마츠, 어제 쵸로마츠랑 뭔가 약속하지 않았냐?”라고 물으니 카라마츠는 시퍼렇게 지린 얼굴로 허둥지둥 거실을 나갔다. 나는 왠지 모르게 어디로 가는지 신경이 쓰여서 뒤를 쫓아가보니, 우리 방에 있던 노트를 펼치며 뒤늦게 깨달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카라마츠에게 느끼는 기분이 조금씩 나빠졌다, 눈살을 찌푸리며 계속 바라보니 카라마츠는 노트를 대충 훑어보다가 다 보고나서 노트를 덮었다. , 나는 카라마츠가 바로 덮어버린 순간에 맨 첫 장을 보고야 말았다. 그 때 그 문장을 본 충격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너는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라고 카라마츠스러운 달필 한 문장만이 쓰여있었다. 기분 나쁜 꺼름직한 기분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 노트를 오소마츠형에게 보여줄 수 없을 밖에 없다고. 그 후부터 나는 카라마츠가 집에 돌아오지 않을 때마다 필사적으로 노트를 찾았다. 잠깐만, 왜 내가 이런 놈을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트를 찾아다니는 거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 모두와 상담해보는 편이 조금이나마 나아지리라고 믿으며 사념을 버리고 계속 노트를 찾아갔다.

 

드디어 그 노트를 찾아내고, 나는 확인해보기 위해서 노트를 펼쳤다. 노트 안에는 하루종일 뭘 하고 지냈는지, 밥은 뭘 먹었는지, 형제들과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쓰여있었다. 너무 자세하게 써 있어서 각 페이지마다 기분 나쁜 문자가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기분 나빠, 나는 욕을 중얼거리다가 한 문장에 눈이 꽂혔다. 작고 짧은 문자로 써진 문장에 나는 눈을 의심했다. 이거 진짜 좆 됐다. 라고 나는 서둘러서 오소마츠형한테 얘기해주기 위해서 달려갔다.

웃기지 말라고, 쿠소마츠.

사정은 알겠어, 어쨌든 카라마츠가 거실에 있을 때는 형제 모두 모으도록 해

 

드물게 오소마츠형의 진지한 어조가 나를 안심시켰는지 한숨을 푸욱 내 쉬었다. 역시 여섯쌍둥이의 장남이구나. 혼자서라도 형제들을 불러내서 모았다. 생각보다 빨리 모였다. 그리고 모두가 둘러싼 노트를 쥐어들고, 오소마츠형은 입을 열었다.

 

카라마츠가 요즘 이상해진 것 같았다고 생각한 사람은 손들어 봐.”

 

오소마츠 말에 오소마츠형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명 전부가 손을 들었다. 몰론 그중에 나도 있었고.

 

그런가... 아니 뭐, 이게 정답인가...”

 

오소마츠형이 문제의 그 첫 장을 펴내서 형제 모두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모두 놀란 듯이 소리를 질렀다. 누군가가 질문하기도 전에 오소마츠형이 입을 열어 어느정도 예상한 것들을 얘기했다.//



카라마츠는 3개월 정도 전부터 낌새가 이상했다. 물건을 자주 찾아 헤매거나, 어제 입었던 옷을 찾아다니거나 이상한 행동이 두드려졌다. 결정적인 건 그렇게 지키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약속을 다음날엔 원래 없었던 일처럼 반응 한 것이었다. 카라마츠는 원래 약속을 간단하게 어기는 그런 남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위화감이 느껴졌다, 오소마츠형도 뭔가 수상쩍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노트에 따르면 카라마츠는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듯 했다,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노트에 적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라마츠가 적은 말들 중에서 딱 한부분에서 내 눈을 의심했다.

 

이제 이 노트에 적어가는걸 시작한지 꽤 됐지만, 기억을 잊는 횟수가 잦아졌다. 아마도 이 노트에 의존하게 된 것 같다. 가끔이지만 내 자신이 누구인지, 까먹을 때도 있다. 이대로면 나는 날 잊어버리고, 형제조차 잊어버리게 되는 건 아닐까. 이것만큼은 싫은데...

 

얇게 적힌 글자에 모두 고개를 떨궜다. 분명 모두 알고 있으리라. 카라마츠가 이리 된 것은 우리들 탓이라는 것을. 그 전에 치비타의 한건으로 나를 포함해서 카라마츠에게 던진 것은 모두 머리에 맞았다는 것을.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가운데에서 역시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장남이었다.

 

 

좋아, 지금부터 여섯 쌍둥이 회의다. 카라마츠에게 말한 것들을 정리해 보자고.”

 

이치마츠, 그 노트 가져와. 너희들은 거실에 가있어.

오소마츠형의 말에 우리들은 마음을 도슬렀다.

너 말이야, 비운의 주인공이라도 되고싶은거야? 의미를 모르겠네, 도대체 뭐야. 이쪽으로도 민폐인데다가 어째서 기억이 안 나고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다물고 있는거야? 그 꼴로 본인은 좋은 인간이라면서 강조하고 다닌 거냐고.”

 

 

아니야.

 

 

함구하고 있다고 해서 나는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너도 충분히 문제가 있다는 걸 알라고.”

 

 

아니야, 내가 말하지 않았던 건 그래서가 아니야. 나오는 대답들은 언제나 (내가 말하고 싶어하는 말의)정반대의 말들뿐이다. 하지만 입이 멈추질 않는다. 이대로라면, 나는 카라마츠를 상처 입힐텐데. 멈춰, 멈추라고 내 입. 쵸로마츠형의 제지를 무시하고 말았다.

 

 

그리해서 그 누구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를 도와줌으로써 더욱 부각시키겠지, 차라리 나가뒤지라고.”

 

 

내가 그렇게 말하니 카라마츠는 넋을 잃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찌푸린 내 얼굴조차 잊어버릴 것 같은 사실에 슬퍼하는 듯한 표정일지도 모르겠다. 아아, 저질러버렸다. 나는 다시 카라마츠를...

 

야아~ 이치마츠, 너 너무 가들막거리는 거 아니냐?”

이치마츠형, 말해서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는 법이지...!? 카라마츠형한테 사과 해

 

오소마츠형과 토도마츠가 나를 째려보았다. 알고있어. 나는 말해선 안 되는 걸 입 밖으로 내뱉어 버렸다는 걸. 나는 바로 사과할려고 카라마츠를 바라봤지만 흠칫 놀랐다. 카라마츠 눈에서 소리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슬퍼하는 듯이 눈썹을 내리고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않고 있으니 카라마츠는 평소처럼 미안하다, 나는 정말이지 못난 형이다.”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만 울어 카라마츠. 네 탓이 아니야. 너도 우리들에게 심한 말하면 되는 이야기잖아. 그리고 나는 너에게 위로받으면 된다고. 내 속마음도 모르는 채로, 카라마츠는 거실에서 나왔다. 그치만 3걸음을 걷고나서 다시 몸을 멈춰 세웠다. 머리를 감싸 잡으면서 고통을 참아내는 듯 했다.

 

 

카라마츠...?”

 

 

오소마츠형이 말을 걸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묘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흠칫 카라마츠는 머리를 들고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처음으로 이 방에 온 사람처럼

거짓말이지, 설마. 우리들을 바라본 카라마츠는 조금 높아진 목소리로“...죄송하지만, 여기가 어디인가요?”라고 물었다. 나는 머리에 피가 쏠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카라마츠의 뺨을 있는 힘껏 갈궜다. 그 탓에 카라마츠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싸움에 쓰는 주먹이라면, 이 녀석이라면... ... 카라마츠는 이른바 믿기지 않는 걸 본 듯한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쥬시마츠에게 붙잡혀 있었는데도 도무지 멈출 수 없었다.

 

 

네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결코 넌 결백하지 않다는 걸 잊지 말라고!!”

 

 

그딴 일 1mm(그렇게)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믿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무서웠다, 카라마츠가 카라마츠가 아니게 되는 게.

 

 

일단 진정해 이치마츠형!”

지랄하고 자빠졌네! 실실 쪼게면서 뻥이었다고 해도 너 같은 새끼는 아주 그냥 쳐 죽여버릴거야!”

 

 

그만 둬, 나를 잊지 말아줘, 제발 부탁할게 카라마츠형...

 

 

*

 

 

나는 그 옥상에 올라가 있었다. 이번엔 꿈이 아니었다. 가장 높은 빌딩의 옥상에 올라가면 꼼에서 본 광경이 꽤나 쏙 빼 닮았다. 그것은 정몽(正夢)같은 것이었나, 이젠 아무래도 좋지만 나는 행복했다. 마치 그 꿈에 나온 나와 붕어빵인 남자처럼 웃음이 났다. 내가 선택한 것은 내가 마츠노 카라마츠인 채로 생애를 끝내는 것이다. 나는 나인 채로, 사랑하는 형제들을 기억한 채로 죽는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행복해졌다. 헛소리처럼 입에서 나온 말들은 분명 꿈속의 내가 말한 것들이리라.

 

 

지금 나는 엄청 행복하다.”

 

 

옥상의 담을 넘으면 맑은 푸른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청아한 파란색의 그라데이션에 우아하게 헤엄치는 구름,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기분좋은 바람이 나의 머리칼을 살짝 쓰다듬고 가버린다. 가슴이 저절로 따뜻해졌다. 바람에 이끌려가듯이 한걸음 내딛자 땅이 없어지고, 나의 몸은 점점 기울려졌다. 강렬한 부유감에 뇌가 요동쳤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혐오감이 들기는커녕 기분이 좋아졌다. 푸른 하늘과 빌딩이 점점 커져간다. 나는 이 순간, 마츠노 카라마츠로 있는 여섯쌍둥이의 차남이었다. 아아, 기쁘도다, 행복하다. 무심코 미소가 흘러나온 가운데 내가 아까까지 있었던 옥상에 이치마츠가 있었다. 나를 바라보던 이치마츠는 씩씩하게 무언가를 큰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미안해, 이치마츠.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

 

그리고 강한 충격과 함께 푸른 하늘과 빌딩의 움직임이 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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